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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이 오기 전, 나는 몰랐다
“은퇴하면 뭐 하고 살지?”
늦은 퇴근길, 지하철 안에서 들려온 전화 통화 소리. 옆자리에 앉은 중년 남성이 짐짓 담담하게 건넨 한마디였다. “국민연금 받으면 뭐하냐, 생활비도 안 되는데…” 그의 목소리는 피곤했지만, 그 말은 이상하게 내 가슴에 오래 남았다.
나는 그 순간까지도 나와는 상관없는 이야기라 여겼다. 직장도 있고, 소득도 있고, 국민연금도 매달 꼬박꼬박 빠져나가니 안심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세상은 생각보다 빠르게 변했고, 준비되지 않은 사람에게 잔혹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회사는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했고, 나는 희망퇴직 대상자 명단에 이름이 올라 있었다. ‘나처럼 성실한 사람은 끝까지 일할 수 있을 거야’라고 믿었던 내 확신은 단숨에 무너졌다.
퇴직 후 내 손에 들어온 건 2천만 원 남짓한 퇴직금과 매달 60만 원도 되지 않는 국민연금 예상수령표. 계산기 앞에 앉아 몇 번을 다시 더해봤지만, 답은 같았다.
내 노후는 ‘예정된 파산’이었고, 그 파산을 막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바로 지금이었다.그날 이후, 나는 밤낮으로 공부했다. 연금, 세금, 자산 관리. 한때는 외계어처럼 들렸던 단어들이 이제는 내 인생을 지탱할 키워드가 되었다.
나는 깨달았다.
국민연금만 믿고는 절대 안 된다는 것, 연금은 분산 전략이 답이라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지금 당장 시작해야 한다는 것.
국민연금만으로는 부족한 현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가입하게 되는 국민연금.
국가가 운영하고, 안정적인 지급을 약속한 제도지만, 은퇴 후 삶을 보장해 주는 데는 명백한 한계가 있다.2024년 기준, 국민연금 수령자는 약 600만 명.
이 중 다수는 월 평균 58만 원 안팎을 수령한다.
하지만 이 금액으로 서울 기준 평균 월세, 기본 생활비, 의료비까지 충당할 수 있을까?그 해답은 불가능에 가깝다.
특히 노후에는 소득이 거의 없고, 지출은 오히려 증가하기 때문에 국민연금만으로는 절대 충분하지 않다.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일까?
1. 물가 상승률 반영 한계
국민연금은 해마다 물가 인상률을 일부 반영해 인상되지만, 실제 체감 생활비 인상률과는 큰 격차가 있다.
예를 들어, 10년 전과 비교해 전기요금은 30% 넘게 올랐고, 식료품 가격은 두 배 가까이 상승한 품목도 많다.하지만 국민연금 수령액은 매년 2~3% 상승에 그친다.
즉, 수령액은 거의 제자리인데 지출은 계속해서 커지는 구조다.
이렇게 되면 해마다 실질 구매력은 떨어지게 되고, 시간이 지날수록 연금만으로는 버티기 힘들어진다.
2. 기대수명 증가에 따른 리스크
2025년이면 우리나라는 ‘초고령 사회’에 진입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83.5세. 여성은 86세, 남성도 80세를 넘겼다.
즉, 60세에 은퇴하면 무려 25~30년 가까이 소득 없이 살아야 하는 시대다.노후를 10년만 살아도 힘든데, 30년을 대비하지 못하면 ‘노후 빈곤’이라는 절벽은 피할 수 없다.
이 때문에 많은 재무설계사들은 최소 30년치를 연금 흐름으로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3. 가입 기간의 한계
국민연금은 10년 이상 가입해야 연금 수령 자격이 생긴다.
그런데 중도 해지, 공백기, 경력단절 등으로 10년 미만 가입자가 여전히 많다.또한 20년 이상 가입자라고 해도, 고소득이 아니었다면 월 100만 원 이상을 기대하긴 어렵다.
결국, 국민연금은 기본 보장용 안전망일 뿐, 노후 생활비 전체를 책임지기엔 역부족이다.
지금 시작해야 할 연금 포트폴리오 전략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답은 간단하다. ‘연금 다각화’, 즉 연금 포트폴리오 전략이다.
이는 국민연금만이 아닌, 다양한 연금과 자산을 조합하여 은퇴 이후에도 지속적인 현금 흐름을 확보하는 방법이다.
1. 개인연금: 노후의 첫 사적 연금
개인연금은 선택적으로 가입하는 사적 연금으로, 연금저축과 연금보험 두 가지 유형이 있다.
- 연금저축펀드: 공격적인 성향의 투자형 연금. 수익률이 높은 대신 리스크도 존재하지만, **세액공제 혜택(연 최대 400만 원)**을 받을 수 있어 많은 직장인들이 활용한다.
- 연금보험: 안정적인 원금 보장형 상품으로, 투자 리스크가 낮고, 매달 일정 금액을 오래 유지하면 원금 + 확정이자를 기대할 수 있다.
실천 팁:
30~40대는 연금저축펀드를,
50대 이상은 연금보험 위주로 구성해 안정성과 수익성의 균형을 맞추자.
2. 퇴직연금 + IRP: 회사를 떠나도 이어지는 연금
퇴직연금은 근로자가 퇴직 후 받을 수 있는 기업 기반 연금이다.
- DB형: 회사가 연금자산을 운용하고, 근로자는 정해진 수령액을 보장받는다.
- DC형: 근로자가 직접 운용해 수익률에 따라 수령액이 달라진다.
- IRP (개인형퇴직연금): 퇴직금을 본인의 이름으로 개별 계좌에 예치해 운용할 수 있는 제도다. 세액공제 한도는 연간 최대 700만 원까지다.
운용 전략:
퇴직금을 IRP로 이체하고, 여기에 추가 납입까지 하면 세제 혜택 + 수익률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3. 임대형 자산과 배당소득: 또 하나의 연금 통로
월세 수익이 나오는 부동산이나 배당을 주는 주식·ETF는 사실상 ‘비정형 연금’이다.
- REITs: 부동산 투자 신탁으로, 소액으로도 부동산 수익에 참여 가능.
- 배당주 ETF: 고배당 종목에 분산 투자하며 꾸준한 수익 흐름을 창출.
핵심은 수익률보다 '안정적인 현금 흐름' 확보다.
즉, 매달 꾸준히 통장에 들어오는 돈이 중요한 것이다.
나에게 맞는 연금 포트폴리오 구성법
연금 포트폴리오의 정답은 없다. 하지만 원칙은 있다.
바로 ‘분산’, ‘시기 분배’, ‘세금 최적화’ 세 가지다.- 분산: 국민연금, 개인연금, IRP, 임대수익, 배당주 등을 적절히 섞어 구성.
- 시기 분배: 55세부터 개인연금, 60세 IRP, 65세 국민연금 등 시차 운용 전략.
- 세금 최적화: 세액공제 한도 활용, 연금 수령 시 분리과세 제도 활용 등.
예를 들어, 40대 직장인 A씨는 매월 연금저축펀드에 30만 원, IRP에 20만 원을 납입하고 있다.
퇴직금은 IRP로 이체해 별도로 운용 중이고, 노후에 사용할 수익형 부동산을 하나씩 매입하고 있다.
55세부터는 연금저축을 수령하고, 60세부터는 IRP, 65세부터 국민연금을 수령하면서 중간 중간 부동산 월세로 끊김 없는 현금 흐름을 유지할 계획이다.이처럼 맞춤형 포트폴리오 설계는 나의 은퇴 후 삶을 결정짓는 핵심 전략이다.
준비 없는 노후는 없다, 다만 준비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 뿐이다
내가 처음 이 모든 걸 깨달았을 때, 솔직히 무서웠다.
‘이제 시작해도 늦은 건 아닐까?’ ‘과연 내가 준비할 수 있을까?’
하지만 놀랍게도, 답은 ‘예스’였다.
그 어떤 연금도 하루아침에 완성되지 않지만, 지금 시작하면 내일은 분명히 달라진다.노후는 선택이 아니라 반드시 도달해야 할 미래다.
그러니 망설이지 말고 지금 당신의 연금 포트폴리오를 다시 구성하라.
국민연금은 기본일 뿐, 이제는 다층 구조의 연금 설계로 나만의 경제적 은퇴를 준비할 때다.지금은 당신의 인생에서 가장 젊은 날이다.
그 젊음을 투자해, 노후를 안전하게 지켜내자.
그게 바로 당신의 삶을 존엄하게 마무리할 수 있는 길이다.'재테크·투자'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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